불황 가요계에 새로운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리듬이 경쾌한 데뷔곡
'그녀와의 이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현정(20)이 주인공이다. 방
송가와 가요시장에 몰아치고 있는 '김현정 바람'은 놀랄만큼 거세다.
김현정은 최근 MBC TV '10시 임성훈입니다'가 10대 청소년 1천명에게
실시한 인기조사에서 여가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음반 판매에서도 정
상에 올라있다. 방송과 길거리 리어카상 차트에서도 '그녀와의 이별'은
단연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저도 뜻밖이에요. 노래를 발표하고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었거든
요.초조했죠. 그런데 어느날부터 여기저기서 노래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저를 찾기 시작하는거예요. '됐구나' 싶으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김현정이 '그녀와의 이별'을 발표한 것은 지난 5월초였다. 하지만 요
즘 가요시장은 '신인들의 지옥'. 웬만한 신인은 방송 프로마다 도배하다
시피 얼굴을 내밀고 노래를 틀어도 도무지 바람을 잡기 힘들다. 김현정
도 마찬가지였다.
한달쯤 지난뒤 엉뚱한 곳에서 바람이 불었다. 히트곡을 족집게처럼
뽑아내는 길거리 리어카상들이 '그녀와의 이별'을 틀어댔다. 다운타운
클럽에서도 신청이 몰렸다. 바닥에서 일어난 인기는 곧바로 방송과 음반
시장으로 옮아 붙었다.
김현정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는 층은 10대부터 30대까지 폭넓다. 여가
수면서 여자들 사이에 더욱 인기 높아 이채롭다. 기교보다 파워를 앞세
워 시원스럽게 불러내는 보컬, 1m73㎝ 훌쩍한 키에 선머슴처럼 꾸밈없고
서글서글한 이미지가 매력으로 꼽힌다.
'그녀와의 이별'도 언뜻 4∼5년전 유행했던 댄스음악같은 느낌을 준
다. 멜로디 라인이 요즘 댄스곡들에 비해 훨씬 선명하고, 사운드도 간결
하다. 그러면서 강렬한 록 비트와 클래시컬한 장식들로 편곡에 포인트를
줬다. 친숙하고 귀에 쉽게 들어온다. 또하나의 성공 요인이다.
김현정은 원래 로커 지망생이었다. 명성여고 1학년 때부터 남학생들
록밴드에 불려다니며 싱어로 노래를 했다. 명지전문대 유아교육과에 입
학한 뒤, 솔로로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 프로덕션 문을 두드렸다.
'그녀와의 이별' 외에 귀여운 맛을 살린 '혼자한 사랑'같은 댄스곡과,
리듬앤드블루스 발라드 '내 안의 너를', 애상어린 현이 클래식 소품 분
위기를 자아내는 발라드 'The End' 등 9곡을 실었다. 그중 가슴 촉촉할
만큼 감상적인 트로트풍 가요 '연'은 김현정의 또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 권혁종기자·hjkwon@chosun 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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